목장에도 태어난 소명과 운명이 있다면, 이곳은 소비자,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는 모범생의 명을 타고 났을 것이다.
먼저 우수한 유질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로 유명세를 탔고 이제는 서울과 가깝고 시간보내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낙농가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목장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목장을 찾는 한 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은 소풍 전 날 선생님에게 드릴 알록달록한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색색의 펜으로 노트정리를 꼼꼼히 하는 모범생을 연상시킨다.
목장을 찾아간 날에도 서울에서 5인 가족이 토요일을 활용한 방문이 예정돼 있던 바, 신하늘목장 안주인 이정희 씨는 손님을 위해 우사 밖으로 준비해놓은 송아지에 맬 끈을 꼬고 있었다.
선물용 리본 2~3가지를 꼬는 이 씨는 “소비자를 손님으로 맞으려면 준비해야할 일들이 참 많다”며 “귀찮고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 하나하나가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목장의 내실만큼이나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들 부부의 목장을 소개한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목장에는 없는 얼룩무늬 페인트칠이다.
착유실 벽과 사료저장탱크, 잔디밭 한 켠에 자리잡은 작은 쓰레기통까지 하얗고 까만 홀스타인 젖소의 얼룩무늬를 닮았다.

손님맞이 몸단장 집 청소가 발전

신하늘목장 안병직·이정희 부부가 직접 칠한 것이다.
목장에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또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한 전원주택 사이에서 좀 더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자 한 ‘배려’이다.
안병직 대표는 “본래 목장에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고, 서울이 가까워서 그런지 전원주택이 많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며 “이런 곳에서 민원을 최소화하고 최선을 다해 낙농업에도 충실히하고자 목장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목장은 1995년 세균수와 체세포 등급을 분리해 반영한 유대체계가 시행되면서부터 유명세를 탔다.
신하늘 목장의 체세포 등급은 1등급 중에서도 최상위라 할 수 있는 연중 10만을 거의 넘기지 않는다.
이들 부부는 체세포 관리의 첫 번째 노하우로 소들이 노니는 ‘운동장’과 ‘대기장’ 관리를 꼽는다.
안 대표는 “착유는 한 사람이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계속해서 소가 볼일 본 것을 치워준다”며 “소들이 머무는 곳의 축분을 그 때 그때 치워주는 것과 착유시 수건 대신 1회용 티슈를 쓰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우유처럼 하얀 착유실 벽

신하늘목장은 부인 이정희 씨가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고 한다.
손님이 늘면 목장관리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쓰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유질 좋기로 소문나기 시작한 목장답게 착유실 벽과 대기장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다. 특히 착유실 벽은 창문을 많이 내고 새하얀 색으로 칠해둬 분위기가 환하다.
하얀 벽이 관리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들 부부는 “시멘트 벽은 오히려 물을 흡수해서 소의 분변이 한 번 묻으면 치우기 힘들다”며 “하얀 페인트에 애나멜성분을 더해 칠하면 청소하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답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많이 찾아옴에 따라 정기적으로 비눗물 청소까지 한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의 안병직 씨 역시 매일 오전 ‘운동장’을 청소하는 것은 물론이다.

도시민이 꿈꾸는 한국형 전원생활

이 목장은 일명 ‘저 푸른 초원 위’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좁은 땅 위에도 충분히 목가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세심하게 가꾼것이 장점이다.
입구에는 나무로 된 입간판에 손으로 쓴 듯한 정감있는 글씨로 과거 이곳이 하늘목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입간판 주변으로 다양한 화초를 심었다. 목장 한 켠에는 농구골대도 마련됐다.
축사 옆, 사택 앞에 마련된 잔디밭은 목장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준비됐다. 사택 앞에는 잔디밭을 배경으로 작은 그네를 두는 한편 사람들이 찾아올 때면 화구 중 하나인 이젤을 세워두고 목장의 사시사철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다.
이왕이면 나와 소가 사는 곳인데, 다른 사람들도 좀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면 좋지 않겠느냐는 이들 부부가 꿈꾸는 이상향, ‘한국형 아름다운 목장’답다.

신하늘목장의 퇴비사면적은 2,475㎡(약 750평)의 축사 중 165㎡(약 50평), 전체용량743㎥로 넉넉한 편은 아니다.
이에 따라 우사내 축분을 거의 매일 청소해주는 방법을 선택, 매일 쌓이는 축분을 바로바로 처리해 주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적당히 부숙을 거친 축분을 바로 논밭으로 옮기는 방법을 택한 것이 눈에 띈다.
물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논밭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두 서너삽씩 나눠 뿌리고, 간격에 맞춰 정돈해둔 축분 위에는 일일이 볏짚을 덮어 냄새가 나거나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정렬된 축분은 퇴비화 된 후 포도 등 인근 경종농가가 가져가기도 하는데 그 양은 전체 신하늘목장에서 나오는 퇴비 중 약 20%정도 된다고 한다.
목장에 손님이 많아 축분은 하루에도 1~2번씩 퇴비사로 옮기며, 톱밥도 수시로 갈아준다.

조사료 포는 총 2만6,400㎡(약 8,000평)으로 2~3곳에 분산됐다.
발생되는 축분 퇴비의 80%가 자가 조사료포에 환원되는데, 주로 옥수수와 연맥을 연작한다.

신하늘 목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낯모르는 서울 시민들이 종종 연락해 찾아오기도 하는 등 목장만의 방명록을 운영하는 정도가 됐다.
최근에는 평택시 음식연구회에서 목장을 찾아 행사를 가졌으며 2003년부터는 시민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의 1% 기부에 참여하면서 재단에서 발행하는 책자에 소개된 바 있다. 연말마다 개최되는 아름다운재단의 ‘나눔식탁’에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참여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부인 이정희 씨는 특히 한국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회 경기도위원장으로서 적극적인 우유소비홍보에 솔선수범하는 바, 목장에 아예 우유와 요구르트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셋이나 비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소비는 이성 뿐 아니라 감성에 의해 좌우됩니다.”
안병직·이정희 부부는 최근 소비자의 경향을 이렇게 진단하고, 목장도 1차 산업을 벗어나 감성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6차 산업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에 대한 부인 이씨의 의지는 남다르다.

그는 소에 이름을 붙일 때에도 종종 인상적으로 들은 음악회나 전시회의 작가 이름을 따 ‘푸치니’, ‘고흐’라고 한다며 “앞으로 목장은 단순히 우유를 생산하는 곳을 넘어서 우유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국내 사정상 목장마다 부지가 넉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국 실정에 맞는 목장 가꾸기가 필요하다며 신하늘 목장이 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